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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마비노기 모바일이 한국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면서, 이제 모두의 시선은 글로벌, 특히 북미와 유럽 시장으로의 진출 여부에 쏠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글로벌 론칭을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거대한 산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 시장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게임을 평가하는 서구권 유저들의 정서와 규제에 맞춰 현재의 BM(Business Model, 수익 모델) 구조를 변경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바뀔 것이다"라는 예상을 넘어, 왜 BM 구조 변경이 필연적인지, 최근 성공적인 글로벌 진출 사례는 어떠했는지, 그리고 넥슨이 마주한 딜레마는 무엇인지 분석해 보겠습니다.

 

왜 BM 변경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가? - 문화적 차이와 규제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 한국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겪는 가장 큰 장벽은 'Pay-to-Win(P2W)' 과금 모델에 대한 극심한 반감입니다. 마비노기 모바일의 '럭키 박스(Lucky Box)' 중심 BM은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착한 과금'으로 평가받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P2W 허들에 익숙해진 유저들의 평가일 뿐입니다.

글로벌 시장, 특히 북미와 유럽 게이머들은 게임의 승패나 성장 속도가 확률형 아이템에 의해 좌우되는 것에 대한 '문화적 거부감(cultural aversion)'이 매우 큽니다. 이들에게 캐릭터 성능에 영향을 주는 아이템을 확률적으로 판매하는 행위는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도박(gambling)'으로 인식됩니다.

또한,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필두로 유럽 여러 국가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즉 '전리품 상자(loot boxes)'를 법적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EU에서는 '디지털 공정성법(Digital Fairness Act)'과 같은 소비자 보호 법안 논의가 활발하며, 이는 게임사에게 투명성과 공정성을 더욱 강하게 요구할 것입니다. 이러한 '규제 리스크(regulation risks)'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BM의 근본적인 수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넥슨, 마기노기 모바일넥슨, 마기노기 모바일
넥슨, 마기노기 모바일

 

 

글로벌 시장의 눈으로 본 '럭키 박스'의 문제점

현재 한국 서버의 BM에서 글로벌 유저들이 가장 문제 삼을 만한 부분을 다시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1. 의상 세트 효과(Costume Set Effects): 한국 서버에서는 특정 의상 세트를 모두 모으면 전투력에 도움이 되는 '세트 효과'가 부여됩니다. 금액의 크기와 무관하게, 현금 결제를 통해 얻는 확률형 아이템이 캐릭터의 '스탯(stats)'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자체가 서구권에서는 큰 비판의 대상이 됩니다. 이는 "실력이나 노력이 아닌, 돈으로 강해진다"는 P2W의 전형적인 특징으로 간주됩니다.

 

2. 펫 합성 및 등급 시스템(Pet Fusion & Tier System): 펫 역시 '럭키 박스'를 통해 얻으며, 낮은 등급의 펫 여러 마리를 '합성(fusion)'하여 더 높은 등급의 펫을 얻는 구조입니다. 이는 캐릭터 성능과 직결되는 요소를 확률에 의존하게 만드는 시스템이기에 글로벌 시장에서는 환영받기 어렵습니다. 그들은 "왜 나의 운이 게임 플레이 경험을 결정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것입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아시아권에서는 익숙한 '가챠(Gacha)' 모델이지만, 서구권에서는 '약탈적 수익 모델(predatory monetization)'이라는 비판을 받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예상되는 글로벌 BM의 변화 방향 

그렇다면 넥슨은 어떤 대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을까요? 최근 성공 사례인 아마존 게임즈의 '쓰론 앤 리버티(Throne and Liberty)' 글로벌 버전이나 '로스트아크(Lost Ark)'의 선례를 통해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 배틀패스(Battle Pass) 시스템의 고도화: 가장 유력한 대안입니다. 단순히 보상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마비노기 특유의 생활 콘텐츠와 결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티르 코네일 농부의 시즌 패스'라는 이름으로 낚시, 채집, 요리 등 생활 스킬 활동을 통해 패스 경험치를 얻게 하는 방식입니다. '무료 트랙(free track)'에서는 기본적인 재료와 소모품을, '프리미엄 트랙(premium track)'에서는 시즌 한정 의상, 농장 꾸미기 아이템, 전용 모션 등을 확정적으로 제공하여 유저들의 구매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 외형 아이템 직접 판매(Direct Purchase of Cosmetics) 강화: 확률의 개입 없이, 유저가 원하는 의상이나 펫 스킨을 '직접 구매(direct purchase)'할 수 있도록 상점을 개편할 것입니다. 여기에 '일일/주간 특가 상품'이나 특정 콘셉트의 의상과 아이템을 묶어 파는 '테마 번들(themed bundles)'을 도입하여 지속적인 상점 방문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의상 세트 효과와 같은 전투력 관련 옵션은 완전히 제거하고, 오직 캐릭터를 꾸미는 '심미적 가치(aesthetic value)'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 구독 모델(Subscription Model)의 도입 가능성: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파이널 판타지 14'처럼 월정액 기반의 구독 모델을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가능성입니다. 이 경우, 매월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유저에게는 게임 내 모든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과 함께 매달 소정의 캐시 재화나 특별한 혜택(예: 추가 인벤토리, 경험치 부스트)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안정적인 '플레이어 유지율(player retention)'을 확보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모델입니다.

 

넥슨, 마기노기 모바일
넥슨, 마기노기 모바일

 

넥슨의 딜레마, '수익성'과 '유저 경험' 사이의 줄타기

이러한 변화는 넥슨에게도 큰 도전입니다. 한국식 BM은 소수의 '고래(whales)' 유저에게서 막대한 수익을 얻는 구조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배틀패스나 직접 판매, 구독 모델은 더 많은 유저에게서 소액 결제를 유도하는 박리다매 방식에 가깝습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유저당 평균 수익(ARPU, Average Revenue Per User)'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넥슨은 글로벌 시장의 넓은 유저층을 통해 전체 수익 규모를 유지하거나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됩니다. 즉, 서구권 유저들의 '유저 경험(User Experience, UX)'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기업으로서 만족할 만한 '수익성(profitability)'을 확보해야 하는 어려운 줄타기를 해야만 합니다.

결론적으로 마비노기 모바일의 글로벌 성공 여부는 원작의 감성과 더불어, 얼마나 현지 시장에 맞는 합리적인 BM 구조를 제시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로스트아크'가 서구권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P2W 요소를 대거 덜어냈기 때문입니다. 확률이라는 '지름길(shortcut)' 대신, 노력과 시간에 대한 '보상(reward)'을 파는 방식으로의 전환은 선택을 넘어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진화가 될 것입니다.

 

 

Mabinogi Mobile's Global Version: Why a Business Model Overhaul is Inevi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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