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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M은 대한민국 모바일 게임 시장의 역사를 새로 쓴, 명실상부한 '왕좌의 주인'입니다. 출시 이후 수년간 최상위권의 매출을 유지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죠. 하지만 우리가 너무나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이 성공의 이면에는, 해외, 특히 서구권 게임 시장의 날카로운 비판과 분석이 존재합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리니지M의 핵심 수익 모델인 가차(Gacha), 즉 확률형 아이템 시스템이 있습니다.

해외 웹진과 커뮤니티는 리니지M의 시스템을 'K-게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으며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시선은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익숙해서 무뎌졌을지 모를 문제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리니지M리니지M리니지M
리니지M

 


"확률형 아이템"인가, "Pay-to-Win" 인가? 해외에서 바라보는 시각

국내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되지만, 해외에서는 훨씬 더 직설적인 표현이 사용됩니다. 바로 Pay-to-Win (P2W), 즉 '돈을 써야 이기는' 구조라는 것이죠. 이는 단순히 게임을 편하게 즐기기 위한 소액 결제(Microtransaction)를 넘어, 게임의 핵심적인 경쟁력과 성장을 직접적으로 돈으로 판매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담겨 있습니다.

서구권 게이머들에게 게임의 공정성(fairness)은 매우 중요한 가치입니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유저가 그에 합당한 보상을 얻는 구조를 이상적으로 생각하죠. 하지만 리니지M의 시스템은 이러한 기대를 정면으로 위배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한 유명 게임 웹진의 기자는 이 구조적 어려움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습니다.

"Lineage M isn't just selling time-savers; it's selling raw, statistical power. The core progression is intrinsically linked to your wallet, creating a clear caste system between paying and non-paying players."

"리니지M은 단순히 시간 단축 아이템을 파는 것이 아닙니다. 이건 순수한, 통계적 힘 그 자체를 파는 것이죠. 핵심 성장 과정이 당신의 지갑과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과금 유저와 무과금 유저 사이에 명확한 계급 시스템을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시각은 리니지M이 단순한 게임을 넘어, 자본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또 다른 형태의 경쟁 시장으로 비치는 이유입니다.


"변신"과 "마법인형": 해외 웹진이 집중 분석한 핵심 과금 모델

해외 분석가들이 리니지M의 P2W 구조를 설명할 때 가장 먼저 언급하는 것이 바로 '변신(Transformation Card)''마법인형(Magic Doll)' 시스템입니다. 이 두 시스템은 단순히 캐릭터의 외형을 바꾸는 것을 넘어, 공격 속도(attack speed), 시전 속도(casting speed), 대미지 감소(damage reduction) 등 전투에 필수적인 능력치를 제공합니다.

문제는 최고 등급의 카드를 얻을 확률이 극악하게 낮은 것도 모자라, 수많은 카드를 모아 등록해야 하는 '컬렉션(Collection)' 시스템에 있습니다. 이는 유저에게 끊임없는 추가 결제를 유도하는 강력한 장치, 즉 강박적 순환(compulsion loop)으로 작동합니다. 유저들은 단 하나의 좋은 카드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구적인 능력치 보너스를 얻기 위해 끝없는 뽑기를 강요받는 구조입니다.

"The 'Collection' system is a masterclass in psychological monetization. It ensures that no purchase feels truly wasted, creating a powerful compulsion loop that pressures players into continuous spending for marginal, yet permanent, gains."

"'컬렉션' 시스템은 심리적 과금 유도(psychological monetization)의 정수입니다. 어떤 구매도 완전히 헛된 것이 아니라고 느끼게 만들어, 사소하지만 영구적인 이득을 위해 지속적인 지출을 하도록 압박하는 강력한 강박적 순환을 만들어냅니다."

 

결국,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기 위한 과정 자체가 끝없는 '가차의 늪'이 되는 셈입니다.


커뮤니티의 다양한 반응: 좌절, 그리고 기묘한 관전의 재미

리니지M을 접한 해외 유저들의 반응은 단편적이지 않습니다. 원작에 대한 향수와 과금 시스템에 대한 좌절감,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한발짝 떨어져 지켜보는 독특한 시선이 공존합니다.

1. 향수와 좌절 사이

2000년대 초반 PC 원작 '리니지'를 즐겼던 일부 해외 유저들은 향수(nostalgia)를 느끼며 게임에 접속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치열했던 공성전과 혈맹원들과의 끈끈한 유대를 추억하며 리니지M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추억은 곧 거대한 과금 장벽(paywall) 앞에서 좌절로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레딧(Reddit)과 같은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이러한 경험을 공유하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I came for the nostalgia of the original Lineage, a game I poured thousands of hours into. But what I found was a system where my dedication means nothing against someone's credit card. It's heartbreaking."

"수천 시간을 쏟아부었던 원작 리니지의 향수 때문에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발견한 것은 저의 헌신이 누군가의 신용카드 앞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가슴 아픈 일이죠."

 

2. "고래들의 전쟁": 하나의 '관전 스포츠'가 된 리니지M

흥미로운 점은, 일부 해외 유저들이 리니지M을 직접 플레이하며 경쟁하기보다, 초고액 과금 유저, 이른바 '고래(Whales)'들의 전쟁을 지켜보는 것을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한다는 것입니다. 수억 원을 호가하는 아이템 강화 시도나 서버의 패권을 건 '고래 혈맹'들의 전쟁을 마치 스포츠 경기를 보듯 관전하는 문화입니다. 이는 게임의 관전자 경험(spectator experience)이 실제 플레이 경험을 압도하는 기현상입니다.

"For most of us, Lineage M isn't a game to be played, but a spectacle to be watched. It's like a virtual bloodsport for millionaires. We're just here for the drama when a 'whale' spends a fortune and fails a top-tier enchant."

"우리 대부분에게 리니지M은 플레이하는 게임이 아니라, 관전하는 쇼에 가깝습니다. 이건 마치 백만장자들을 위한 가상의 유혈 스포츠 같아요. 우리는 '고래'가 엄청난 돈을 쓰고 최고 등급 인챈트에 실패할 때의 드라마를 즐기기 위해 여기에 있을 뿐입니다."

 

 

리니지M의 해외 평가리니지M의 해외 평가
리니지M의 해외 평가

 

 


서구권에서 인기 끌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

리니지M의 P2W 모델과 커뮤니티의 반응 외에도, 게임의 근본적인 설계 철학 자체가 서구권 시장의 기대와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는 단순히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를 넘어, '재미'를 느끼는 방식에 대한 문화적 간극(cultural gap)에서 비롯됩니다.

가장 큰 장벽은 '자동사냥(Auto-Play)' 시스템입니다. 한국이나 대만 등에서는 바쁜 일상 속에서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효율적인 장치로 받아들여지지만, 서구권에서는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 즉 플레이어의 주도성(player agency)을 빼앗는 요소로 인식됩니다.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이 스스로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게임 플레이'가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또한, 끝없는 파밍(endless farming) 위주의 단조로운 게임 플레이도 지적됩니다. 서구권 RPG 유저들은 흥미로운 퀘스트,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 그리고 탐험을 통해 성장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리니지M의 핵심은 수동적이고 반복적인 사냥을 통해 극히 낮은 확률의 아이템을 얻는 과정에 맞춰져 있어, 이들에게는 지루하고 목적 없는 노동으로 느껴지기 쉽습니다.

"Western players want to overcome challenges with skill and strategy. Korean MMOs like Lineage often ask you to overcome challenges with time or money. The fundamental definition of 'achievement' is different."

"서양 유저들은 기술과 전략으로 도전을 극복하길 원합니다. 리니지 같은 한국형 MMO는 시간 혹은 돈으로 도전을 극복하라고 요구하죠. '성취'에 대한 근본적인 정의 자체가 다른 겁니다."

 

결론적으로 리니지M의 해외 부진은 P2W 모델, 자동사냥 시스템, 그리고 반복적인 파밍 구조가 서구권 유저들의 '게임 경험'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순히 한 게임에 대한 평가를 넘어, 한국 게임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안겨줍니다.


"The Reality of K-Games": How Lineage M's Gacha System Became a Case Study for International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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